글
놀면서 크는 아이들
우리 유치원 아이들의 하루 일과는 친구들, 동생들, 언니,오빠,누나, 형들과 노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교실과 저 교실을 두루 누비고 다니며 서로 아침인사도 하고 어울려 놀이를 만들어 놀기도 합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은 아침을 열심히 놀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 교실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다 잠시 6세 교실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둥근 책상에 모여 들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호기심에 아이들이 뭐하는지 다가가 보았습니다.
컵을 가진 아이, 물통을 가지고 있는 아이...옆에 서서 뭐라고 친구에게 말하고 있는 아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느라 제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놀이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아이들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어찌나 신중한 표정으로 놀이에 푹 빠져 있는지 제가 뭐하고 있는지 물어보며 그 놀이를 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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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했지만, 꾹~참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물통 속의 물을 컵에 각자 따라 부었다가 다시 물이 담긴 컵을 물통 입구에 갖다대고 물을 부어 넣기도 했습니다. 물을 부어 옮길 때에는 물 한방울 쏟아질세라, 있는 집중력을 다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컵에 담긴 물을 하나도 흘리지 않고 주둥이가 작은 작은 물통에 붓는 아이의 모습이였습니다. 정말 단 한 방울도 쏟지 않고 물을 부어내더라고요.
한참을 이리저리 물을 옮겨 붓다가 여자 아이 한 명이 저에게 컵을 하나 들고 다가왔습니다.
"엄마~! 이거 마셔봐"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를때가 있습니다)
'앗~! 뜨악~!' 푸하하하하 저는 아주 크게 웃었지만 마음은 안 웃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이쁜 마음으로 제 생각을 하며 갖다준 것이긴 한데... 놀이과정을 다 지켜본 저로써는..선뜻! 마셔내기가 힘들더군요^^
색깔도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히끄리멍덩~(?!)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생긴 정체 불명의 물이였습니다.
저에게 컵을 건네며 한 마디 더 던집니다.
"우리가 커피 놀이해서 만든거야 마셔봐~"
아이들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물이 담긴 물통에서 나온 물이고 단지 그 물들이 섞여 있을 뿐이였던거죠...^^
저는 "꼴깍~" 하며 한모금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물에서는 숭늉 맛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 이 커피에서는 누룽지 맛이 나는데?" 라고 했더니 컵을 건넨 여자 아이 왈
"응~! 맞아.. 그거 보리차랑 다른 친구 물이랑 다 섞어서 그래..."라고 대답합니다. ^^
저는 그 친구의 대답을 듣고 아주 크게 하하하하하하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말 그대로 커피놀이를 하고 있었던겁니다. 부모님 따라 커피숍에 따라가서 본 걸까요? 컵에 이 물 조금, 저 물 조금을 부어내어 잘 흔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남자친구는 "커피 사러오세요. 맛있는 커피요" 라고 하며 손님을 불러모으기도 했습니다. 어른들 보다 훨씬 장사를 체계적으로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
그날 커피 가게는 인기가 많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는 소문이....ㅎㅎ; 긴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참으로 많고 재미 난 놀이들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귀신처럼 풀어해칩니다. 그러고는 방울과 삔을 복도 탁자에 두고 삔가게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선생님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아주 비싼 값을 흥정하며 선생님에게 바가지 요금을 덮어씌우기도 합니다.^^또한 남자친구들은 블록을 가지고도 강아지를 만들고 로켓을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는 끝이 없는가 봅니다~이런 놀이들을 하며 친구와의 관계 또한 돈독해지고 자신의 생각과 맞는 친구와 함께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놀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놀이를 할까요??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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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슨샌님~~글이 갈수록 재밌어지고 잘쓰시는데요~ㅋ 팬입니당^^
아이들이 만든 커피 저도 먹어보고 싶으네요~
ㅎㅎㅎ골목대장허은미님~^^
감사감사! 합니다요~ 저 또한 팬입니당
그 창의적이고 맛난 커피에 들어간 숭늉은 은지의 물병에서 나온 것이군요.
그리고 팬 한명 추가합니다. 이렇게 재밌게 잘 쓰시는데 그동안 창작의 욕구를 감추어두고 사시느라 얼마나 힘들었까요? ㅎㅎ
은지아버님~^^
부족한 제 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팬 해주신다하시니,, 감동입니당~ 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당~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욤~^^
은지아버님~^^부족한제글읽어주시는것만으로도감사한데..팬해주신다하시니,,감동입니당~더열심히쓰도록노력하겠스니당~앞을도재미있게읽어주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