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너무 오랜만에 제 블로그를 방문합니다. ^^;오늘 아이들과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어보려합니다.
색종이 1장의 행복
아이들은 색종이를 참 좋아라합니다.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는 마술 도구와 같은 것이지요. 색종이 1장만 있어도 놀이가 풍성해지는게 아이들입니다.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우리 반 친구들의 인원을 알아가서 그 수 만큼 색종이를 가져와 1장씩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받은 친구들의 하루는 꿈같은 하루가 됩니다. 친구에게 색종이를 받은 그 순간부터 집에 가기 전까지 그 색종이 1장이 가장 큰 보물이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어렵고 너에게는 쉬운일..ㅋ
일주일에 1번씩 아이들과 색종이접기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색을 고르는 데 부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색을 앞 친구가 먼저 고르고 나면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반은 약속을 한가지 정했습니다. 그 약속은 색을 고르지 않고 차례대로 1장씩 가져가기 입니다.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 색종이 접기를 하다보면 접는 속도와 눈썰미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한번만 보고도 선생님과 그대로 접는 친구도 있고 잘 안되서 친구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선생님..나는 잘 안되요.. 도대체 어떻게 접는 거에요? 이게 맞아요"
"OO야! 나도 좀 접어줘 어떻게 하는거야?"
속상한 마음에 우는 친구도 있습니다.
색종이 접기 시간은 비밀시간!
저는 아이들과 색종이 접는 날에 무얼 접는지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저만의 수업 방식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접으니 더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 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과 둥글게 둘러 앉아 색종이를 나눠가지며 무엇을 접는지 말해주지 않고 시작을 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완성해나갈 때마다 자기들끼리 무엇이 완성되는 것인지 알아맞춰보기도 합니다. 종이 인형을 한 번 접어보았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고 완성품은 같은 모양이지만, 얼굴표정과 꾸미는 것에 따라 제각각 멋진 인형으로 탄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다 꾸미고 친구의 것은 어떻게 생긴 인형이 될지 궁금해하는 아이들화난 얼굴이 좋아요
모두다 종이 인형을 완성한 후에 각자 자신만의 종이인형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옷도 꾸며서 입혀주고 표정도 가지각색이였습니다.
"선생님! 표정 맘대로 해도되요?"
"그럼 기쁜 표정, 슬픈표정, 놀란표정..."이라고 말하는 중에
"화난표정해도되요?"
"그럼 빙글빙글도 해도되요?"
라고 묻는 아이들덕분에 참 많이 웃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만든 인형을 가져와 자랑을 늘어놓는 아이
한참을 꾸미고 만들더니 한 아이가 다가와 자기 인형을 반으로 구부립니다.
"선생님 이거는 인사하는거에요 하하하"
아이들은 보통 어른들이 생각하는 표정을 그려내지 않았습니다. 빙글빙글 표정, 눈을 크게 뜬 표정..
설명들도 참 재미났습니다. 그러더니 한 아이가 그 전에 말했던 화난 표정의 인형도 내밀었습니다. 인형을 화난 표정이였지만 우리는 모두 재미난 인형놀이에 행복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화난 표정도 좋았습니다. ^^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웃는 표정이 아닌 화난 표정을 그리며 아이는 행복했고 저도 함께 즐거웠습니다.
아주 해맑게 웃으며 "화난 표정이 좋아요!"라고 외치는 아이..
아이마다 제각가 표정들이 다릅니다.
다 만든 후에는 행여나 잃어버려 속상할까 얼른 자기 가방에 집어 넣습니다.
빙글빙글 표정 만들고 싶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내 눈 정말 많죠? 물으며 사진을 찍어 달랍니다. ㅋㅋㅋ
정말 열심히도 꾸미고 그것을 가지고 한참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보고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어른들에게 색종이는 단지 색깔이 있는 종이 1장에 불과한데 아이들에게는 지금 가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작은 것에도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배웁니다.
뭐든 놀이로 만들어 행복해할 수 있는 아이들이 오늘은 몹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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